대학생 북·중 국경 답사 기행은 '평화공감 포럼(대표 이호규 동국대학교 교수)'과 '평화의 길'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공감 포럼이 주관했다. '역사와 대화하고 평화를 공감하다'는 주제로 지난 7월 21~25일 백두산·압록강·고구려 유적·여순 감옥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동국대학교·세종대학교 학생 19명이 참가해 우리 역사의 숨결을 체험했다. 학생들의 기행문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백두산 천지의 웅장한 모습.
2026년 7월, 우리는 마침내 백두산으로 향했다. 교과서와 노랫말로만 접했던 그 신비의 산을 직접 밟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백두산은 단순히 높은 산이 아니었다. 한민족의 정신적 뿌리이자, 오랜 역사와 자연의 경이로움이 함께 깃든 신성한 공간이었다. 연길에서 출발한 버스는 숲을 지나 부드러운 초원으로, 다시 구름 낀 능선 위로 천천히 나아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졌고,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머릿속엔 고조선에서 발해, 조선에 이르는 역사와 천지에 얽힌 전설들이 스쳐 지나갔다.
세 번을 올라야 볼 수 있다는 그 전설, '백두산 천지'
서파 코스의 종착지에 도착하자 1447개의 계단이 웅장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계단을 오르며 곳곳에 적힌 번호가 눈에 들어왔고, '520', '1314'와 같은 숫자는 사랑과 인연을 의미하며 관광객들의 인증샷 명소가 돼 있었다. 우리도 그 숫자 앞에 잠시 멈추어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마음속에 새겼다. 점점 숨이 가빠오고 다리는 무거워졌지만, 모두의 발걸음은 천지를 향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며 걷는 그 순간은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듯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 천지는 하늘과 맞닿은 거울처럼 고요하고도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세 번 올라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바로 그 전설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맑게 갠 하늘 아래, 천지는 장엄한 자태를 드러냈다. 모두가 말을 잃고 자연이 주는 경외감에 사로잡혔다. 사진보다 눈과 마음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었다. 가만히 그 앞에 서서, 이 감정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수천 년 전 선조들이 이 산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상상하며, 이 순간 그들과 이어져 있는 듯한 묘한 감정도 느꼈다.
백두산 등반을 위한 서파 코스 입구.
국경 표석에 새겨진 '중국'에 무거워진 발걸음
정상 가까이엔 국경 표석이 있었다. 돌 위에 새겨진 '중국(中國)'이라는 글자는 무겁게 다가왔다. 분단된 현실, 조선과 청나라가 세운 정계비,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백두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민족의 아픔과 기억,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한쪽은 북한 땅, 다른 쪽은 중국령. 하지만 우리의 발이 딛고 선 그곳은 민족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상징이었고, 그 순간 우리는 그 땅 위 역사의 경계에 서 있었다.
천지를 내려오며 다시 마주한 백두고원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줬다. 초원 위를 스치는 바람, 하늘을 향해 자라는 풀들, 그리고 그 위를 부드럽게 덮은 구름들까지.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였고, 인간의 작음과 겸허함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내려오는 길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오히려 무거웠다. 우리 자신과 민족, 그리고 이 땅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하늘과 들판.
민족의 역사를 체험하고 미래를 꿈꾼다
백두산 기행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었다.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품은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떠올렸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백두산의 풍경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후대와 함께 다시 이 산에 오르고 싶다.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깊은 의미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백두산은 그렇게, 우리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쉴 것이다.
세종대학교 유재혁·강태현·임재우·정옥림·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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